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통신 시장의 뜨거운 경쟁을 암시한다. 최근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여파로 두 달간 5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KT, LG유플러스, 알뜰폰(MVNO)으로 이탈하며 시장 점유율 40%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점유율은 3월 기준 40.4%에서 4~5월 이탈로 39%대로 하락했다. 이 와중에 갤럭시S25를 둘러싼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다음 달 22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앞두고 경쟁은 더욱 과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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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이탈과 SK텔레콤의 위기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5월 SK텔레콤에서 44만490명이 다른 통신사로 번호 이동을 했고, 4월에는 11만4330명이 이탈했다. 두 달간 총 51만9860명의 순감은 SK텔레콤이 10년 넘게 지켜온 시장 점유율 40%의 붕괴를 예고한다. SK텔레콤은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경쟁사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갤럭시S25로 촉발된 보조금 전쟁
갤럭시S25는 통신사 간 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4일 갤럭시S25 전환지원금을 최대 20만원으로 책정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질세라 KT는 공시지원금을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상향했고, SK텔레콤도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갔다. LG유플러스는 이후 전환지원금을 축소하고 공시지원금을 70만원으로 맞췄다. 여기에 판매장려금(통신사가 판매·대리점에 제공하는 보조금)도 증가하며, 일부 ‘성지’ 매장에서는 갤럭시S25 구매 시 단말기 값을 면제하거나 최대 15만원을 환급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놓았다.
단통법 폐지, 경쟁의 새 국면
단통법 폐지가 예정된 내달 22일은 통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다. 단통법은 보조금 상한을 규제해왔지만, 폐지 이후 통신사들은 자유롭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 단통법 폐지 후 대규모 지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KT와 LG유플러스가 이를 따라가면 보조금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갤럭시S25와 같은 플래그십 단말기는 고객 유치를 위한 핵심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혜택과 과열 우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이 증가하며 단말기 구매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은 통신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요금 인상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텔레콤은 점유율 방어를 위해, KT와 LG유플러스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각각 전략을 짜고 있다. 갤럭시S25를 둘러싼 이번 경쟁은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 시장의 새로운 전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