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이거나 저거냐’를 고민하지 않는다. 고급과 저가, 명품과 듀프(대체품),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비자, 바로 옴니보어(Omnivore)가 중심에 서 있다. 이 글에서는 옴니보어 현상의 배경, 원인, 결과, 미래 전망을 단순한 정리가 아닌, 흐름 있는 이야기로 풀어본다.
목차
1. 옴니보어란 무엇인가?
‘옴니보어(Omnivore)’는 라틴어로 ‘잡식성’을 뜻한다. 이 단어가 소비 패턴에 적용되면서, 한 가지 스타일이나 브랜드, 가격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선택지를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만의 취향을 형성해가는 소비자들을 설명하는 말이 되었다.
한 사람이 샤넬 백을 들고 다이소에서 생활소품을 사고,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뒤 골목의 푸드트럭에서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 바로 그런 장면이 옴니보어 소비의 본질을 보여준다. 경계가 없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이다.
2. 왜 옴니보어가 등장했을까?
경제 불확실성과 고물가의 시대
2024~2025년, 전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흐름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절제와 전략을 요구했다. 소비자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필수는 가성비, 선택은 가치’라는 새로운 공식을 세우기 시작했다. 중요한 날엔 아낌없이 쓰되, 일상에서는 더 똑똑하게 소비하는 이중 전략. 이 흐름이 바로 옴니보어다.
MZ세대의 소비 철학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감각을 갖고 있다. ‘브랜드 충성도’보다는 ‘개인의 취향’이 중요하고, 남이 뭐라 하든 ‘나만의 조합’을 찾아가는 것을 즐긴다. 누군가는 이들을 가리켜 소비의 유목민이라 했지만, 실상은 더 복잡하다. 그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소비를 활용한다. 스타일과 가격, 문화와 국경의 경계는 이미 그들에게 의미가 없다.
디지털 플랫폼의 힘
틱톡에서 유행하는 제품을 보고 몇 분 안에 해외직구를 완료하는 소비자. 라이브 커머스로 실시간 리뷰를 확인하고, 댓글로 정보를 얻으며 구매를 결정하는 세대. 이들은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글로벌한 소비 네트워크 안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빅블러(Big Blur), 모든 경계가 무너진다
전통적인 산업, 가격, 공간의 경계는 갈수록 흐려진다. 편의점에서 드립커피와 고급 디저트를 사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로컬 브랜드를 만나는 일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고급이란 개념은 더 이상 ‘비싸다’로 정의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브랜드, 나를 만족시키는 경험이 곧 가치를 만든다.
3. 옴니보어 소비의 핵심 특징
- 취향의 자율성: 브랜드가 아니라 ‘나’가 중심이다. ‘명품이니까’가 아니라 ‘내 스타일이니까’ 선택한다.
- 가격 혼합의 자연스러움: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을 자유롭게 섞는다. 구찌 가방에 중고 청바지를 매치하는 식이다.
- 경험 우선의 소비 방식: 소유보다 경험, 단순한 구매보다 ‘나만의 순간’을 중시한다.
- 가치와 스토리의 소비: 가격이 전부가 아니다. 윤리적 생산, 브랜드의 철학, 환경을 생각하는 태도가 소비 기준이 된다.
4.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경계를 넘는 협업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브랜드 조합이 현실이 되었다. H&M이 발렌시아가와 협업하고, 구찌가 노스페이스와 손잡는다. 고급과 대중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이제 새롭지 않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다.
커스터마이징의 대중화
소비자는 점점 더 ‘내 것’을 원한다. 나이키 커스텀 스니커즈, 다이슨의 온트랙 헤드폰처럼 사용자가 직접 스타일을 조합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끈다. 이는 단순한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연결된 욕구다.
브랜드 리포지셔닝
명품 브랜드는 대중성과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진출, 팝업스토어 등을 확대하고, 중저가 브랜드는 프리미엄 라인을 만들어 위로 올라가려 한다. 모두가 옴니보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다.
5. 옴니보어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기술 융합: AI와 메타버스의 소비 실험
개인의 취향을 파악해 추천해주는 AI 큐레이션, 메타버스 안에서의 가상 착용 경험은 소비의 미래를 보여준다. 나를 대신해 선택을 도와주고, 경험을 확장시키는 기술은 소비 피로를 덜어주면서 만족도를 높인다.
친환경과의 접점: 에코 옴니보어
다양하게 소비하지만, 환경 문제는 무시할 수 없다. 업사이클링 패션, 비건 뷰티, 탄소중립 식품이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는 이유다. 트렌드를 좇되, 그 안에서 책임감을 갖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초개인화의 시대
스타벅스의 음료, 삼성의 비스포크 냉장고처럼 ‘당신만을 위한 제품’이 대세다. 하이퍼-퍼스널라이제이션은 곧 브랜드와 소비자가 대화하는 방식이 된다.
글로벌+로컬의 융합
해외 브랜드의 감성에 지역 장인의 정체성을 더한 제품이 늘고 있다. 틱톡에서 유행한 해외 아이템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지역 장인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다. 이건 단순한 수입이 아니라, 문화적 융합이다.
소비 피로와 단순화의 조화
너무 많은 선택은 피로를 부른다. 그래서 ‘선택을 덜어주는 소비’가 부상한다. 구독형 서비스, 정기 배송, AI 큐레이션 박스 같은 방식이 ‘미니멀 옴니보어’의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6. 마무리하며: 문화 코드로서의 옴니보어
옴니보어는 단순한 소비 경향이 아니다. 이는 현대 사회가 개인화, 기술화, 다양화로 나아가는 방향성과 궤를 같이 한다. 정체성을 유연하게 바꾸고, 경계를 넘나들며,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이들은 더 이상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제 기업과 사회는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 자신도 자신의 취향과 가치, 방향성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소비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옴니보어는 그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 시대의 새로운 문법이다.